탈장(脫腸)은 신체 장기의 일부가 원래 있어야 할 장소에서 벗어나 몸의 특정 틈새를 통해 돌출되거나 빠져나온 상태를 말하며, 신체 어느 곳에서도 발병 가능하나 대부분 복벽에서 발생한다. 복벽 탈장은 내장 기관을 보호하고 있는 복강을 둘러싼 근육과 근막의 틈새를 통해 복강 내 장기를 포함한 주머니 모양으로 나타난다. 이번 시간에는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손석우 교수와 함께 소아에서의 탈장에 대해 알아본다.
◇소아에서의 탈장= 소아에서의 탈장이란, 일반적으로 사타구니 부위에 생기는 ‘서혜부 탈장’을 의미하며, 신생아의 경우 출생 후 탯줄이 떨어진 후 배꼽 아래 근막이 불완전하게 닫힌 경우 배꼽의 약해진 부위를 통해 발생하는 ‘배꼽 탈장(혹은 제대 탈장)’ 그리고 흉강과 복강을 구분하는 횡격막이 불완전하여 복강 내 장기가 흉강으로 탈출되어 폐를 압박하여 폐의 성장을 막는 심각한 증상을 초래하는 ‘횡격막 탈장’ 등이 있다.
소아에서의 서혜부 탈장은 선천적인 원인이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자라날 때 남자아이의 경우 고환(여아의 경우 난소)이 태아의 복강 내에 위치한다. 고환은 태아의 성숙에 따라 점차 음낭으로 내려와 위치하게 된다. 이때 고환을 따라 내려온 복막(초상돌기)의 일부는 저절로 막히게 되는데 이것이 남아있게 되면 복강과 연결된 통로가 되어 이 복벽의 틈새로 복강 내 장기가 돌출하게 되는 것이다. 여아의 경우는 음낭이 없으나 그 흔적은 남아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특히 이곳을 통해 난소가 빠져나오기도 한다.
이와 비슷한 질환으로 특히 남아의 경우 음낭 주위에 초상돌기가 잔존해 있으나 복강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음낭 수종(혹은 정삭 수종)이라고 한다. 신생아의 음낭 수종은 성장하면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1세까지는 관찰한다.
◇탈장의 증상= 소아의 서혜부 탈장은 서혜부의 비대칭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남아가 여아에 비해 5배 정도 많고 우측이 좌측보다 더 빈번하며 약 5% 정도에서는 양측성 탈장의 경우도 발견된다.
주로 서혜부(사타구니)에서부터 음낭에 이르는 부위에 둥글고 부드러운 종괴의 모양으로 나타나며 혹은 음낭 전체를 포함한 큰 주머니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생아, 유아의 경우 심하게 울거나 보채게 되면 복압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크기가 변하는 종괴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아의 경우 초기에는 작고,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작게 돌출되며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손으로 만져보면 피부 밑으로 부드러운 덩어리가 만져지고 대개 통증은 없으며, 아이의 상태에 따라 복강 내로 쉽게 복원되어 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이가 성장하고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 복압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때라 탈장의 출현 빈도도 증가하고 크기도 커지게 된다.
소아의 경우는 대체로 부모님들이 아이 목욕을 시키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대개 아침에는 없으나 저녁에 확인되기도 한다. 돌출된 탈장은 일반적으로 통증은 없으며 눕거나,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돌출된 상태로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면, 통증을 유발하게 되고 복원도 쉽지 않게 되며 이런 경우를 ‘감돈 탈장’이라고 한다. 이때는 응급 상황으로 반드시 병원을 내원하여 전문의 치료가 필요하다.
◇진단과 감별= 대부분의 경우 보호자와의 충분한 문진이 필요하며, 비대칭적인 사타구니 모습과 부드럽게 촉지되는 탈장주머니(Silk glove sign) 확인과 같은 환아의 신체검진만으로도 충분히 진단 가능하다. 요즘은 서혜부 초음파 검사를 많이 시행하는데 이는 음낭 수종, 잠복고환 혹은 고환 기형종 등과 같은 질환의 감별에 도움이 된다.
탈장의 진단보다 중요한 것은 발견 당시 탈장의 상태다. 탈장된 부위가 저절로 혹은 가벼운 마사지에 의해 탈출된 장기가 복강 내 정상 위치로 환원된다면 응급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오랜 기간 탈출된 장기가 탈장 내공에 끼어 복강 내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감돈 탈장의 경우는 응급상황으로 진정제를 투여 후 환아를 충분히 안정시킨 상태에서 도수 정복술을 시행해야 한다. 도수 정복술로도 환원되지 않는 ‘감돈 탈장’ 혹은 너무 장기간 방치된 탈장의 경우, 혈액 공급의 장애로 장기가 괴사되거나 장 폐색 증상(복통, 오심, 구토, 발열)이 발생하는 ‘교액성 탈장’의 경우는 개복 수술이 필요하다.
◇탈장의 치료= 탈장의 치료는 수술이 유일하며, 소아의 경우 발견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다만, 소아의 경우 반드시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이 아니면 미숙아, 저체중아 혹은 심한 선천성 기형을 동반한 경우나 감기, 폐렴, 장염 등 증상이 심하거나 전염성 질환으로 인해 전신마취가 어려운 경우는 연기할 수 있다.
소아의 경우는 전신 마취 하에 서혜부에 2~3㎝의 작은 절개창을 통해 탈장의 기시부를 결찰(고위결찰)하는 방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며, 성인의 경우처럼 인공막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최근에는 소아 복강경을 이용하여 복강 내에서 탈장의 기시부를 봉합하기도 한다.
재발은 거의 없으며, 편측(우측 or 좌측) 탈장 수술 후 반대편에 탈장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재발이라기보다는 원래 양측성 탈장 환아로 시간 간격을 두고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성인 탈장과는 달리 소아 탈장은 초상돌기 잔존의 선천적인 원인이며, 감돈 탈장의 위험성이 높아 가능한 한 발견 즉시 수술하는 것이 응급 수술의 위험성 피하고 장기 손상의 가능성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도움말= 창원한마음병원 암센터 외과 손석우 교수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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