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남성도 ‘HPV’ 예방 접종 해야 할까

작성일 : 2022-10-24 조회 : 1,714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이하 HPV) 백신 관련 접종 시기·종류 전환 여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화두로 올랐다. 정부는 성접촉성 감염인 만큼 남성 접종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HPV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HPV는 1956년에 발견됐고, 총 100여 가지 이상의 세부 종류가 있으며 그중에서 여성들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진 고위험군은 15~20가지 정도가 있다.


암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생식기 사마귀(곤지름)를 발생시키는 저위험군으로는 6, 11번 타입이 가장 흔하다. 생식기 사마귀의 경우 세계 각국 대부분 25~29세에 유병률이 가장 높고 여성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어린 연령층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도에서 2015년도로 넘어가면서 가파르게 발생률이 상승했는데, 이전과 비교해 점차 성관계 시작 연령이 낮아지는 등 여러 이유가 작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 암 관련 협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HPV와 관련된 암이 6가지 종류가 넘고 특히 남성에서는 여성에 비해 3~5배 가량 구인두암 발생률이 높아 결국 남성들도 예방 접종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설득력이 힘을 얻고 있다. 초 회 주사를 성관계 시작 전인 9~14세 사이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대 45세 미만까지 접종을 권장한다.


영국과 뉴질랜드의 경우 여아들을 대상으로, 미국, 호주 그리고 캐나다 등에서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접종을 권고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예방 접종 지원사업을 도입해 만 12세 이하 여아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작해 현재는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외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30세에서 HPV 감염률이 가장 높았고 다른 연구에 따르면 2회 접종보다는 3회 접종 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접종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보고되지 않았으며 이미 성관계를 가진 뒤 HPV 감염이 발생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의 남성에 비해 접종 효과가 떨어지므로 조기에 접종을 시행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논문에서는 9~12세 접종 시 혈청 내 항체의 농도가 가장 높게 유지된다는 점을 발표했다. 후천성 면역결핍(AIDS) 환자들에게도 HPV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주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07년도 HPV 예방접종 사업 시작 이후 21세 미만 남성에서 생식기 사마귀 발생이 89%까지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HPV는 남녀 모두에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며, 남성에게도 생식기 사마귀, 구인두암, 항문암 등 질환을 유발하는데 왜 남성에게는 그동안 접종을 강력하게 권고하지 않은 것일까. 남성 접종률이 높지 않은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양한 유형의 질환 예방이 모두 가능한 ‘가다실9가’는 총 3회 접종할 경우 대략 60~70만원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크다. 이 밖에도 실질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 어린 자녀들의 경우 부모들의 정보 부족 등이 접종률이 높지 않은 주된 이유가 아닐까 한다.


HPV는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남녀 누구나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HPV 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에게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 남성 청소년 대상 접종하는 등 HPV 예방사업 확대 등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적 인식 조성이 필요하다.


이민호 (창원한마음병원 비뇨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