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머릿속 위험신호 ‘골든타임’ 잡아야… 뇌졸중의 초기 증세와 대처법

작성일 : 2022-10-31 조회 : 2,070

어지럽고 말이 안나오거나 발음 불분명한 경우
한쪽 얼굴 마비되거나 극심한 두통 있다면
뇌 혈관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 가능성 높아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SO)가 정한 세계 뇌졸중(腦卒中)의 날이다. 뇌졸중은 뇌 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지속’된다는 뜻에서 진행형의 의미로 ‘중(中)’을 붙인다. 즉 한번 발생하면 그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 이러한 질환의 심각성에 반해 그 발생률은 빈번하다. 6명 중 한 명은 살면서 최소 1번 이상 뇌졸중에 걸리며, 세계적으로는 2초에 1명꼴로 발생한다. 뇌졸중은 그 후유증으로 사지마비나 언어장애, 의식 저하를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병인 만큼 예방과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다. 둘 다 뇌에 손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라 주요 증상은 비슷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한쪽은 혈관이 터지는 증상이고, 한쪽은 막히는 증상이라 치료 방법은 다르다.

뇌출혈에는 고혈압으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뇌실질내출혈(뇌내출혈)’과 약해진 혈관이 터지면서 생기는 ‘지주막하출혈’이 있다. 이는 출혈되는 부위에 따라 구분한다. 뇌실질내출혈은 뇌혈관이 손상돼 터지는 고혈압성이고, 지주막하출혈은 뇌를 둘러싼 지주막과 뇌 사이의 동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약해진 혈관이 꽈리 모양으로 서서히 부풀어 오르다가 이내 터지는 형태다. 한편, 뇌경색에는 동맥경화증에 의한 뇌경색과 심장질환에 의한 뇌경색이 있다. 동맥경화로 인해 발생하는 뇌경색은 동맥경화 찌꺼기가 엉겨 생성된 혈전이 혈류를 타고 뇌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하고, 심장질환에 의한 뇌경색은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이나 심방세동, 심장판막증 등에 의해 심장 내부에 혈전이 만들어져 발생한다.

우선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내원하면 CT, MRI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하는데 CT의 경우 빠르게 뇌출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뇌출혈일 경우에는 CT에서 하얗게 보이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고, 이에 준하여 치료한다. 출혈량이 적은 경우는 혈압을 조절하고 뇌가 부어오르는 것을 막는 치료를 시행한다. 하지만 출혈량이 많거나 증상이 심하면 고여있는 피를 빼내는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한다. CT에서 뇌출혈이 보이지 않을 때는 곧바로 MRI를 촬영하여 뇌경색 여부를 확인한다. 뇌경색이 진행되어 이미 손상이 심한 부분과 치료하면 되살릴 수 있는 부분을 결정하게 되고, 증상이 발생한 시간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증상이 발생한 지 4시간 반 이내라면 우선 혈전 용해제를 사용한다. 혈전 용해제는 급성 뇌경색 증상을 급격히 호전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약이기 때문에,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는 4시간 반 이내에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혈전 용해제를 사용하면 빠르게는 5분, 늦어도 1시간 안에 효과를 보이게 되는데, 최근에는 혈전 용해제의 효과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혈전 제거술, 즉 혈관을 직접 확인하며 뚫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단, 이렇게 혈관을 직접 확인하고 뚫는 시술도 증상이 발생한 후 최소 6시간 이내에서만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뇌졸중의 증상을 정확히 알고 증상이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손 저림이나 뒷목 당김, 눈 떨림, 손 떨림 같은 증상이 있을 때 뇌졸중 증상이 아닌가 우려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뇌졸중일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뇌졸중의 증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로, 첫 번째는 갑자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몸 한쪽으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위가 뱅뱅 도는 것처럼 어지럽고, 갑자기 말할 때 발음이 분명하지 않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밥을 먹다가 갑자기 손에서 힘이 빠진다며 젓가락을 떨어뜨리는 경우, 눈이 안 보이거나 둘로 보이는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몸의 한쪽만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한쪽 얼굴에만 마비가 있는 경우, 극심한 두통이 있다면 뇌졸중 증상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보통 이러한 증상이 수 분~수 시간 내에 소실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으나 증상이 잦아들더라도 환자 중 20% 정도에서 수일에서 수개월 내에 뇌졸중이 발생한다. 진료 환자 중에서 오른쪽 팔다리에 반복되는 근력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 왼쪽 뇌로 가는 혈관이 많이 좁아진 상태에서 뇌경색을 발견하는 경우가 잦다. 혈관 상태에 따라 추후 뇌경색이 재발하거나 진행하는 것을 막는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뇌졸중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문제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다. 평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졸중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을 관리해야 한다. 혈압은 120~130㎜Hg 사이, 공복혈당은 100㎎/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평소 흡연과 음주를 즐기며, 기름기 있는 음식을 주로 섭취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뇌혈관 질환에 걸릴 확률이 상당히 높다.
식습관 개선에 힘쓰고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경동맥 초음파나 뇌 혈류 초음파와 같은 뇌혈관 질환 검사를 통해 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권고한다.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도움말= 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하윤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