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뇌수막염·뇌염에 의한 두통] 두통 얕보다간 생명 위협한다

작성일 : 2022-12-05 조회 : 2,027

 


두통은 신경과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의학의 모든 진료 분야에서 가장 흔한 임상증상 중 하나로, 높은 유병률을 지닌다. 대부분 두통은 편두통, 긴장성 두통과 같은 원발성 두통이 흔하지만, 두통 환자의 약 1% 이상에서 두개강 내의 원인 질환이 발견되며 진단이 늦어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 없던 심한 두통이나 발열, 오한 같은 전신증상이 동반된 두통이나 신경학적 이상증상(시야 장애, 목경축, 경련, 의식 변화)이 있을 때는 더욱 위험한 이차 두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발열이나 목경축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뇌수막염 같은 신경계 감염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뇌수막염이란, ‘뇌’와 뇌 조직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을 합친 말이다.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신경계 손상이 진행되면서 영구적인 신경계 합병증이 남을 수 있어 조기 진단 및 빠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수막염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바이러스, 세균, 결핵, 곰팡이 등이 있다.


◇세균수막염

세균수막염은 인구 10만 명당 매년 5~10명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주로 겨울과 초봄에 호발한다. 가장 흔한 원인균으로는 폐렴사슬알균, 인플루엔자균, 수막알균이 있으며 신생아 시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병하고, 배양검사에서 원인균이 확인되기 전에 응급으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질환이다. 세균수막염의 초기 증상은 열, 심한 두통, 수막자극징후(수막이 자극을 받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증상, 경부강직 등) 등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혼수상태, 영아, 고령, 그리고 병의 초기에는 경부강직이 뚜렷하지 않고 영아의 경우에는 열, 칭얼거림, 졸음, 구토, 경련, 튀어나온 숫구멍(신생아의 좌우 두정골과 후두린 사이에 생긴 삼각형의 천문)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만 나타나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척추천자(신경계통 질환의 진단에 필요한 수액의 채취 또는 약제 주입의 목적으로 바늘을 지주막하강에 찔러 넣는 일)를 하는 것이 조기진단에 중요하다. 세균수막염은 수 시간 내에 의식 저하가 나타날 정도로 진행이 빠를 수 있고 두개내압(두개골의 내강을 채우고 있는 뇌척수액의 압) 상승 소견이 있을 수 있어 척추천자나 영상 검사를 위해 항생제 치료를 지연해서는 안 되고 의심이 되는 경우에는 바로 경험적 항생제 투여가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경험항생제는 환자의 나이, 상태, 항생제 내성균 빈도를 고려하여 선택하며 적어도 7~14일 정도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사망률은 약 5~20% 정도이고 영아 및 신생아, 고령 환자는 사망률이 더 높다. 또한, 생존자의 영구신경계이환율은 25~30% 정도로 매우 높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경우 열, 두통, 수막자극징후가 주요 임상증상이며 비교적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하고 두통은 대개 다른 열병에 따른 두통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인 바이러스 수막염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회복되고 치명적인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중 헤르페스 뇌수막염의 경우, 성인에서 급성 바이러스 수막염의 10%를 차지하고 여성에서 많이 발병하며,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한 뇌염까지 진행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뇌염의 증상으로는 감기 같은 전구증상(질병의 잠복기나 무증상 감염기 때 나타나는 환자 자신이 인지 못 하는 가벼운 증상), 고열, 심한 두통, 구역, 구토, 의식 저하, 발작이며 종종 국소신경학적 결손이 동반된다. 발작이 바이러스 뇌염 초기 증세일 수 있다. 열과 함께 이전에 없던 발작이 있다면 헤르페스 뇌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뇌염은 침범되는 뇌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주로 헤르페스 뇌염은 이상행동, 언어장애, 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영상 검사 및 뇌척수액 검사로 바이러스 뇌염을 진단하고 의심되면 아시클로비어라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좋은 예후를 보인 환자의 75%는 입원한 지 2일 이내 항바이러스제가 투여되었던 반면, 나쁜 예후를 보인 환자들은 30%만이 2일 이내 투여된 점으로 보아 항바이러스제 투여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경우 항바이러스제를 10~21일 동안 투여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때는 사망률을 70%에서 20%로 줄일 수 있다.


◇결핵수막염

결핵수막염은 세균수막염보다 치료의 효과가 작고 사망률은 더 높다. 조기진단이 지연되거나 실패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이다. 그러나 임상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결핵균을 검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결핵수막염 환자의 약 2/3에서 신체의 다른 부위(특히 폐, 소장, 뼈, 콩팥, 귀)에 활성결핵병터가 있으나 폐에 비활성병터만 있기도 하고 약 1/5에서는 신경계 외에는 결핵의 증거가 없다. 흔히 1~2주 또는 그 이상에 걸쳐 진행하는 급성과 만성 사이의 경과를 보이며 미열, 병감, 두통, 졸음, 혼동과 경부강직, 식욕부진, 체중감소, 복통이 동반될 수 있다. 약 20%에서 뇌신경마비(복시, 얼굴 마비, 난청)이나 시신경유두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혼동과 혼수로 진행하면서 대부분 발병 후 4~8주 이내에 사망한다. 임상적으로 결핵수막염이 의심되고 다른 가능성이 배제되면 미생물검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결핵치료를 시작한다. 결핵수막염의 경우 통상적인 폐결핵의 치료 기간보다 긴 9~12개월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많은 수의 환자에서 일차약제로 장기치료를 하더라도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사망률도 약 10%나 되며 영아와 노인에게서는 사망률이 더욱 높다. 생존자의 약 20~30%에서 경미한 얼굴 마비, 시각 장애, 눈돌림 장애, 난청, 발작, 반신 마비, 지능 및 정신장애 등의 다양한 후유증이 남는다.


◇곰팡이뇌수막염

곰팡이뇌수막염 발병은 흔하지 않다. 건강한 사람보다는 대부분 만성질환이 있거나 면역손상 환자에서 발생하는 기회감염이 대부분이고 대부분 예후가 불량하다.

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호성희 교수는 “뇌수막염 및 뇌염은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고 치료 시기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의심되는 증상(열과 동반된 심한 두통 및 경부강직) 이 있으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의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수막염은 초기에 진단하여 후유증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에 앞서 철저한 개인위생과 스트레스 관리 등 면역력 증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해외 출장 등의 일정이 있다면 주의해야 한다.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도움말= 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호성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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