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원 (창원한마음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최근 경남권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 환자가 발생했다. ‘폭염’이란 매우 심한 더위를 뜻한다. 폭염에 대한 수치적인 정의는 나라와 연구마다 다양한데, 폭염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휴식하는 것이 공통 원칙이다. 그렇지 않고 열에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종류에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있다. 주요 질환으로 열사병과 열탈진이 있는데,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체온조절 중추)가 외부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서 그 기능을 상실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열과 함께 건조하고 뜨거운 피부, 중추신경의 이상으로 인한 의식장애, 심한 두통과 오한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신속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열사병 의심 환자가 있다면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겨 몸에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 얼음주머니가 있으면 겨드랑이 밑이나 서혜부 등에 대어 체온을 낮춘다. 단,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을 마시도록 하는 행위는 위험하니 주의한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땀을 과도하게 많이 흘리며, 얼굴이 오히려 창백해진다. 열사병과 달리 체온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으며,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 근육경련,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열탈진이 발생했을 때는 시원한 데서 휴식하며 수분을 보충한다.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돼 회복되지 않을 경우, 즉시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수액을 통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야 한다. 흔히 열사병과 열탈진을 혼동하는데, 열사병은 체온이 40℃ 이상으로 매우 높고 의식이 떨어지며, 피부는 건조하고 뜨겁다. 반면 열탈진은 정상체온이거나 약간 높은 상태이며, 축축하고 땀이 많이 난다.
온열질환은 작은 실천으로 예방할 수 있다. 첫째,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물을 규칙적으로 자주 마시도록 한다. 술이나 카페인은 오히려 체온을 높이고 이뇨 작용이 활발하여 오히려 탈수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시원하게 지낸다. 자주 샤워하고, 꽉 조이지 않는 옷차림이 좋으며, 외출 시에는 양산, 모자 등을 활용한다. 셋째,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농어촌 지역 비닐하우스, 공사장 등 고온의 실외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일하는 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그늘진 장소를 마련하도록 하고,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작업을 피해야 한다.
특히 80세 이상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에게 더위는 치명적일 수 있다. 고령일수록 땀샘의 감소로 땀 배출이 적어지면서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져 온열질환에 취약하며, 어린이는 체온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땀 생성 능력이 낮고 열 배출이 어려워 위험하다. 또한 심뇌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는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에 의료진의 도움을 받도록 한다.
이시원 (창원한마음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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