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肝과하지 마세요!

작성일 : 2024-08-06 조회 : 740

대한간학회, 질병 원인 정확한 파악 위해

40년 된 ‘비알코올성 지방간’ 용어 바꿔

간세포 5% 이상 지방 축적… 대부분 무증상



술 한 방울 마시지 않는 사람이 건강 검진에서 간 기능 이상이 발견됐을 때, 의사로부터 그 원인이 ‘지방간’ 때문이라는 얘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러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은 알코올 섭취와 관련이 없이 발생하는 간질환으로, 간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돼 발생한다. 하지만 이제 더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지난 6월 27일에 열린 ‘The Liver Week 2024 연례학술대회’에서 대한간학회는 비알코올 지방 간질환의 새로운 용어에 대한 성명 및 공식적인 한글 용어를 공표했다. 음주량을 기준으로 한 질병명이 오히려 질환에 대한 이해를 저해하고, 대사기능 장애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반영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unc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 代謝異常 脂肪肝疾病)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대체했다. 40년 넘게 통용됐지만, ‘비알코올성’이라는 용어가 단순히 술과 관련이 없다는 정의를 내려 대사 위험 요인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등 근본적인 병태를 반영하지 않아 질병에 대한 이해를 저해시킨다는 문제가 있었기에 이를 바로잡았다. 



◇지방 간질환 주요 특징 


이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아닌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대사이상으로 인한 지방 간질환의 주요 특징과 진행 단계는 다음과 같다.



대사이상 지방 간질환의 주요 특징 


△지방 축적: 간세포의 5% 이상에 지방이 쌓이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증상: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피로감이나 오른쪽 상복부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진단: 혈액검사로 간 기능 수치를 확인하거나, 초음파, CT, MRI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대사이상 지방 간질환의 진행 단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 단계 (%: 발생 빈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 단계 (%: 발생 빈도)

△지방간: 간에 지방이 쌓여 있지만, 염증이나 손상이 없는 상태다 

△지방간염: 지방 축적과 함께 간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간경변증: 염증이 지속되어 간이 딱딱해지고 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간세포암종: 세포의 돌연변이로 인해 간에서 발생하는 한 개 또는 그 이상의 악성 종양이다. 


대사이상 지방 간질환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초기에는 무증상일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간염, 간경변증, 심지어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특히,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질 수 있다. 


혈액검사, 초음파, CT 또는 MRI와 같은 영상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데, 혈액검사에서는 간 효소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으며, 영상 검사를 통해 간에 지방이 축적된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간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대사이상 지방 간질환으로 인한 간경변증 환자는 간세포암종이 발생할 위험이 커서 정기적인 감시검사가 꼭 필요하다. 감시검사로는 초음파검사와 알파태아단백 검사가 있고, 이를 6개월마다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간 기능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여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생활 습관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며, 때에 따라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수많은 임상 연구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권고할 만한 효과적인 약제는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못한 상태다. 한편, 미국에서는 작년에 FDA의 승인을 받은 Resmetirom이라는 약을 올해 5월부터 사용 중이다. 간 건강을 위해서는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거나 피하고, 필요한 약만 복용하며, 권장 복용량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대사이상 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


△적정한 체중 유지: 비만은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체중을 줄이는 것이 지방간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비비만체중(非肥滿, non-obese, body mass index: 동양인 25㎏/㎡ 미만)인 경우도 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하게 나온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적은 마른 체형에서 발생하는 지방간으로서 국내 비비만 인구의 약 19%, 즉 5명 중 1명이 지방간이 발견되어 관심이 필요하다.


△균형 잡힌 식단: 고지방, 고당류 식단 대신 채소, 전곡류, 건강한 지방이 포함된 식단을 섭취한다. 특히,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 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 유산소 운동을 포함한 규칙적인 운동은 체중 관리와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최소 150분 이상의 중등도 운동을 권장한다.


△알코올 섭취 제한: 알코올 섭취는 간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및 콜레스테롤 관리: 당뇨병과 고지혈증은 주요 위험 요인이므로,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하거나 식이요법과 운동 치료를 통해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청소년에서의 지방간 관리: 소아청소년기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11%로 알려져 있고, 소아청소년의 지방간은 향후 국내 성인병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한간학회에서는 과체중 및 비만인 소아청소년의 경우 간수치 혈액검사인 ALT로 선별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며, ALT 26 U/L (남아), 22 U/L (여아)인 경우 지방간 진단이 가능하여 추가로 복부초음파 검사도 고려할 수 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전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의 유병률 또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예방 관리해야 한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간 건강을 관리함으로써 위험을 줄일 것을 권고한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도움말= 이창민 창원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