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체의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뇌와 방광의 정교한 신경학적 교신을 통해 기능이 조절된다.
정상적인 방광에서는 소변량이 늘어나면 뇌로 배뇨를 유도하는 신호를 보내고 뇌에서는 이를 통해 방광과 요도 괄약근에 다시 신호를 보내 배뇨를 하게 된다.
반면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신경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기거나 기능의 부조화로 방광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신경인성 방광’이다.
신경계 질환이란 신경학적 이상을 유발하는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다발성 경화증, 척수염, 척수 손상, 척수이형성증, 척추디스크나 협착증, 말초신경질환 등
배뇨 기능에 영향을 주는 모든 신경질환을 지칭한다.
신경인성 방광이 생기면 배뇨 기능에 극심한 불편감이 발생한다.
예고 없는 강하고 갑작스러운 요의를 느끼는 요절박, 배뇨하기 전 소변을 지리게 되는 절박성 요실금, 수면 도중 요의로 인해 화장실을 가게 되는 야간뇨, 주간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빈뇨 등이다.
이처럼 신경인성 방광은 배뇨를 조절하기 힘들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이와 반대로 배뇨 자체가 되지 않아 잔뇨가 많이 남고 그로 인해 방광에 압력이 가해져 소변이 신장으로 역류하면서
반복적인 요로감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수신증(신장에 소변이 모여 확장된 상태)을 유발해 돌이킬 수 없는 신장 기능 손상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진료 시 환자는 언제 신경 손상 관련 질환을 진단받았는지, 배뇨 관련 증상은 언제부터 발생하였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하여야 한다.
문진 후 신체검사, 일상적인 배뇨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배뇨일지 작성 및 신장 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적인 혈액 검사와 수신증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초음파 등의 영상의학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요속류 검사와 배뇨 후 잔뇨 측정 검사를 통해 평상시 배뇨상태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신경학적 방광 기능을 확인하기 위한 요역동학 검사 또한 시행해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의 검사를 통해 정확히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방광의 과민함을 진정시키거나 방광의 수축과 이완을 돕기 위한 약물치료,
소변의 배출이 원활하도록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요도나 치골 상부에 도뇨관 삽입 등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만약 중년층 이상 남성이라면 전립선 비대증 여부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된다.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질환 자체가 50대 이상의 남성에서 호발하고 나이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기에 그로 인한 배뇨곤란 증상이라면 신경인성 방광과는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치료는 약물을 통해 배뇨 상태를 체크하고 약물에 대한 반응이 불량할 경우 자가도뇨법, 유치도뇨관 유지 등을 고려하며 때에 따라 방광 내 보톡스 주입술이나 척추신경 자극술과 같은 시술을 하기도 한다.
수술적 치료 또한 고려하는데 주목적은 요실금 방지, 최종적으로는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다. 요실금 방지를 위해 방광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소변이 방광에서 몸 밖으로 나가면서 신장이나 요관으로 역류하는 방광요관역류를 치료하기 위한 방광확대술, 방광 경부를 절제해 배뇨 기능을 강화하는 경요도 방광경부 절제술이 있다.
자신의 생활에 일정 수준 이상의 불편한 소변 증상이 지속한다면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봐야 한다.
이민호 (창원한마음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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