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뇌전증

작성일 : 2021-05-24 조회 : 3,796



흔히 간질로 알려진 뇌전증은 우리주변에 흔히 있는 질환으로 국내인구 30여만명이 뇌졸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해외의 자료로도 인구 1000명당 4~10명이 뇌전증을 앓고 있고, 매년 인구 10만명당 20~70명이 뇌전증 진단을 받는데 특히 소아기(0~9세)와 노년기(60세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뇌전증 환자는 치매(70만명), 뇌졸중(60만명)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주요 뇌질환 중 하나다.


뇌전증은 비정상적인 뇌파 때문에 발생한다.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가 주고받는 전기적 신호에 오류가 생기면 발작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원인은 아직 명확하진 않다. 다만, 유전적 요인, 분만 중 뇌손상, 뇌염이나 수막염 후유증, 뇌종양, 뇌졸중, 뇌혈관기형, 뇌 내 기생충 등이 일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전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뉘어지는데 주로 뇌전증으로 발작을 억제하기 위해 항경련제 약물을 복용한다. 이는 발작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면 70%가량이 증상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복용하는 빈도,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숙련된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약물로도 치료가 비교적 어려운 30%대의 환자는 수술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이 같은 난치성 뇌전증 환자 역시 수술이 가능한지 충분한 검사를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의술의 발달로 로봇수술로도 보다 정밀한 뇌전증의 수술적 치료가 가능해져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많은 환자들이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는 운전적합성평가 등을 통해 운전가능 여부를 결정받게 되는데 운전이 가능하더라도 운전하기 전 약을 복용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운전을 해야 한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뇌전증이 발생해 인명피해를 겪는 경우도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음주행위는 피로가 누적돼 뇌신경계의 장애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뇌전증환자는 가급적 음주를 해선 안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일반 종합감기약보다는 반드시 자신이 뇌전증 환자임을 밝히고 복용 중인 약물을 의사에게 알려 약물상호작용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뇌전증은 환자 본인은 대게 인지하고 있지만 주변에 그런 환자를 발견하게 됐을 경우, 어쩔 줄 몰라하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은 증상 발현 후 수분 이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데 하루에도 수차례 발작이 이어지거나 무의식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뇌전증지속증이라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발작증상으로 의식을 잃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몸을 억지로 결박하려거나 하지 말고 즉시 119로 신고한 뒤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구토나 거품 등으로 기도가 막혔는지 유의깊게 관찰하고 전화로 119 대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


하윤석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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