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두발로 서서 걷게 되면서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그 대신 허리 통증을 얻었다. 서서 걷는 모든 사람의 요추 (허리의 척추뼈) 후관절과 요방형근, 중둔근 등의 근육을 지긋이 눌러보면 어느 정도의 통증이 반드시 있다. 기립 자세를 유지하고 걷는데 사용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최근에 인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목과 어깨의 통증을 얻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부정한 자세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자세를 지속하게 되면, 경추 (목의 척추뼈)의 배열은 정상적인 C자 커브를 잃게 되고, 더 나아가서 일자목, 거북목으로까지 진행이 되며, 목 뒤로 둥근 어깨가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경추가 정상적인 배열을 잃게 되면, 우선 목과 어깨를 연결하는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하거나, 탄력을 잃게 되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근육 안에 특정 부위가 딱딱하게 뭉치면서 압통점을 만드는 것을 ‘근막 통증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특히 어깻죽지 부위는 이것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이다. 목과 어깨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들 중에서, 승모근, 견갑거근, 소원근 등 어깨주변 근육에 통증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런 근육통은 섬세한 진찰로 통증점을 일일이 찾아서 주사 치료를 해야 한다.
이후로도 나쁜 자세가 지속되면, 경추 후관절에 통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통증은 머리와 어깨, 등으로 퍼져나간다. 경추의 추간판 디스크에 문제가 없더라도, 근육통과 후관절 통증만으로도 두통, 어깨 통증, 심지어 팔 저림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은 경추의 추간판 탈출증 (목 디스크) 증상으로 오인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자세를 교정하고 통증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면, 최후에는 경추의 추간판 탈출증이 발생하게 된다. 돌출된 디스크가 신경뿌리를 눌러서 상지의 저림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팔의 힘이 빠질 수도 있다.
목과 어깨 주변 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머리 전체의 위치를 뒤로 옮기면서 턱을 아래로 당기고, 양쪽 어깨를 벌려서 견갑골 사이에 힘을 주는 자세이다. 이 자세에서는 정상적인 경추의 C자 커브가 발생하게 되고, 어깨죽지와 후관절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자세를 의식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므로, 시중에 나와있는 어깨 교정 밴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통증이 발생한 상태라면, 그 통증이 근육통인지, 후관절 통증인지, 목 디스크 증상인지를 감별해야 하며, 모든 통증이 혼재해 있는 경우에는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원인부터 치료를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MRI 검사, 근전도 검사 등을 해봐야 하는 것은 아니며, 간단한 근육통에 대한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심재선 (한양대 창원한마음병원 재활의학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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