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정교한 시스템이 손상되면 어지럼증이 발생하며, 그 원인은 응급 질환부터 치료가 간단한 질환까지 다양하다.
방문하는 진료과에 따라 다양한 검사를 시행해도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에 질환에 따른 증상의 섬세한 차이를 다루어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양성돌발성두위현훈(속칭 이석증)이 있으며, 이는 전체 어지럼증의 약 20~30%를 차지한다.
이석기관에 존재하는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유입되면서, 머리 움직임에 동반하여 잘못된 회전자극을 만들어 돌발적으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갑자기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뇌혈관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를 갖는 환자는 뇌질환의 구별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흔한 원인은 전정신경염으로 어지럼 환자의 약 7~10%를 차지한다. 바이러스 감염(특히 HSV-1의 재활성화)으로 발생하며,
드물게 혈관 허혈, 면역질환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석증과 다르게 자세 변화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어지럼이 1~2개월까지도 지속된다.
하지만 뇌혈관 질환도 어지럼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전체 급성 뇌경색 환자의 약 20~25%가 어지럼증을 경험한다.
특히 젊은 연령에서 간과하기 쉬운 척추동맥 박리는 전체 어지럼증의 2~3% 정도를 차지하며, 항혈소판제 복용부터 뇌혈관 중재술까지 다양한 치료방법이 고려된다.
만약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두통이 동반된다면 의심해야 한다. 이는 동맥벽의 구조적 결함과 경추 과신전/회전 운동, 경미한 외상, 감염 등 환경적 유발인자가 작용하여
혈관 내막 파열로 진행되는 다인성 질환이다. 때로는 간질이 어지럼증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짧은 기간의 어지럼증이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감각 이상, 근경련 등과 동반된다.
대개 비회전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발작 간기 동안 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으니, 임상적 판단이 중요하다.
경추나 요추에서 기인하는 어지럼증도 있다. 이는 전체 어지럼의 약 5~10%를 차지하며, 불균형감·시각 흐림·자세 불안정 등을 주로 호소한다.
목의 체성감각 이상에서 기인하며, 전정신경계 이상에서 오는 눈 떨림이나 구토는 동반되지 않는다.
심혈관질환 환자의 약 10%가 어지럼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립 시 악화하는 불균형감·시야 흐림이 특징이며,
심부전·부정맥·저혈압 등 심장 기능 저하가 그 원인이다. 머리가 멍한 느낌이 주를 이루지만, 심장박출량 감소로 내이 전정기관에 허혈이 발생하여
빙빙 도는 느낌을 호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어지럼증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몸의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다. 회전성 여부, 지속 시간, 악화 요인 등의 정확한 정보가 진단에 중요하다.
간단한 치료로 대부분 호전되지만,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하다. 몸의 신호를 이해하면 더욱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다.
이지연(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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