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며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외식이나 나들이, 여행이 잦아지며 자연스레 아이들의 생활 리듬도 달라진다.
이런 시기에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거나 토하고 보챈다면, 대부분 보호자는 흔히 겪는 ‘장염’쯤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복통과 구토가 반복되고, 아이가 주기적으로 울고 괴로워한다면 ‘장중첩증’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생후 5~11개월에 주로 발생…
대부분 남아 복통·구토 증상에 울음·평온 반복되면 의심
젤리 같은 혈변·복부 팽만 동반 땐 응급 신호
공기·바륨 관장 조영검사로 진단·치료 병행
여름철 장염으로 오인… 신속한 진료 필수
◇복통과 구토 반복된다면 단순 장염 아닌 ‘장중첩증’
장중첩증(intussusception)은 소아 응급 질환 중 하나로, 장의 일부분이 다른 장의 내부로 밀려들어 가면서 장이 겹겹이 접히는 상태를 말한다.
주로 영유아에게 발생하며, 조기 진단이 늦어지면 장 괴사나 쇼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장중첩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주기적인 복통이다.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다리를 배로 끌어당기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데 몇 분 뒤엔 다시 괜찮은 듯 조용해진다.
울음과 평온을 반복하는 이런 패턴이 나타나면, 장이 말려들어 갔다가 일시적으로 멈췄다가 다시 진행되는 장중첩증 특유의 증상일 수 있다.
◇장중첩증, 생리적 원인이 대부분
장중첩증은 특히 생후 5~11개월 사이 영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생후 2세 이하에서 전체 환자의 80%가 집중된다.
평소 건강했던 아이에게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남아에게 더 흔한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연령대에서 장중첩증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장 점막 내 림프조직(Peyers patch)의 비대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 후 림프조직이 부풀면서 장의 한 부위가 다른 장 안으로 말려들어 가는 기계적 조건이 형성된다.
아데노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 감염 후 장중첩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흔하며, 드물게는 용종, 폴립, 선천성 종양이나 장기 형성 이상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점액질 혈변과 무기력, 복부 팽만이 동반되면 ‘응급’ 신호
복통 외에도 장중첩증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구토는 가장 흔한 동반 증상이며, 아이가 음식을 받지 않거나 물을 마셔도 바로 토해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혈액이 섞인 점액변, 즉 딸기잼처럼 ‘젤리 같은 붉은 변(currant jelly stool)’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장 점막이 손상되고 출혈이 동반된 상태를 의미한다.
더 진행하면 복부가 딱딱하게 팽창하며 아이가 무기력하거나 반응이 둔해지기도 한다.
일부 환아는 복부에서 소시지처럼 단단한 덩어리(sausage-shaped mass)가 만져지기도 한다.
이처럼 증상이 명확해질수록 질환은 이미 진행 중인 경우가 많으므로 초기 대응이 관건이다.
◇초음파로 진단하고, 공기나 바륨 관장으로 치료
장중첩증 진단은 비교적 빠르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복부 초음파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법으로,
장이 접힌 부위를 ‘도넛 모양’ 혹은 마치 ‘과녁의 타깃’처럼 보여주는 특징적인 영상 소견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조영술(공기 또는 바륨을 이용한 관장 조영검사)은 진단과 동시에 비수술적 치료까지 가능해 응급실에서 자주 시행된다.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어 보호자의 관찰이 중요
장중첩증은 치료가 잘 이뤄지면 빠르게 회복하지만, 치료 후 재발·만성 형태가 5~8% 정도 보고된다.
특히, 비수술적 치료를 받았을 때 같은 해에 다시 장중첩증이 발생할 수 있어, 보호자의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
만성적으로 재발한다면 해부학적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추가 검사가 요구된다.
김점수 창원한마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건강하던 아이가 갑자기 이유 없이 보채고, 배를 움켜쥐며 울고,
그 상태가 반복되면 단순한 배앓이나 장염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여행지나 외출 중이라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가까운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이라 더 놓치기 쉬운 ‘소아 복통’ 신호
장중첩증은 계절과 무관하게 발생하지만, 여름철은 외출·여행 등으로 일상 리듬이 바뀌는 시기다.
이 시기 아이의 복통이나 구토 증상은 물갈이, 더위, 탈수, 장염 등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외부 일정 중 발생하면 보호자가 당황해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장중첩증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증상이 발생한 후 24시간 이내에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대부분 수술하지 않고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보이면 아이가 겪는 고통을 ‘일시적’이라 여기지 말고, 신속히 의료진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김점수 창원한마음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첨부파일
관련링크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