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완화에서 ‘’DMT’ 질병 조절 시대로
질환 진행 늦추는 표적 치료제 레카네맙
아밀로이드 병리 소견·MRI 검사 등 필수
정확한 진단·철저한 안전관리 치료 성패
최근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을 표적하는 질병조절치료제(Disease-Modifying Therapy, 이하 DMT)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3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은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응집체를 직접 제거함으로써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단클론항체 치료제다.
/아이클릭아트/
신경과 전문의인 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이지연 교수는 2024년 대한치매학회에서 제시한 ‘레카네맙의 적정한 사용을 위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정밀 검사 체계와 안전 수칙을 소개했다.
◇DMT(질병조절치료)의 핵심= 이지연 교수는 “레카네맙과 같은 DMT는 심한 인지 저하 환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며 “뇌 아밀로이드 양성이 확인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질병 진행을 늦추기 위해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이를 위해 세 가지 단계의 필수 검사를 명시하고 있다.
첫째, 객관적 인지 단계의 확진이다. MMSE(간이정신상태검사)나 CDR(치매척도)을 통해 환자가 ‘경도인지장애’ 또는 ‘초기 치매’ 단계에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점수가 18점과 21점 사이를 오가는 변동성을 보일 때, 전문의는 단일 점수에 의존하기보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적격성을 판단한다.
둘째, 아밀로이드 생체표지자 확인이다. 기억력이 나쁘다고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밀로이드 PET(양전자 단층촬영)나 뇌척수액(CSF)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시사하는 아밀로이드 병리소견이 확인돼야 한다. 이 교수는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투여는 약물의 기전상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MRI를 통한 뇌혈관 상태의 정밀 진단이다. 투여 전 1년 이내의 뇌 MRI를 통해 5개 이상의 미세출혈, 1개 이상의 거대출혈 흔적, 또는 심한 백질 변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 교수는 “이는 레카네맙 투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치료를 위한 유전적 지도= 치료 시작 전 반드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핵심 검사는 APOE 유전자형 검사다. 권고안은 특히 ε4 유전자를 두 개 보유한 동형접합체 보인자에게서 ARIA(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발생 빈도가 유의미하게 높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 교수는 “이 검사는 환자를 탈락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발생 가능한 부작용의 위험도를 사전에 예측하고 환자 및 가족과 함께 정밀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한 도구”라며 “위험도가 높은 환자군일수록 투여 초기 더욱 세심한 모니터링이 요구되며, 이는 현대 의학이 지향하는 개별화된 정밀 의료의 실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치료 중 안전망= 레카네맙 투여 과정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부작용은 뇌 부종(ARIA-E)이나 미세출혈(ARIA-H)이다. 대한치매학회가 제시한 ‘레카네맙의 적정한 사용을 위한 권고안’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치료 시작 후 5회, 7회, 14회차 투여 직전에 반드시 MRI를 촬영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이지연 교수는 “대부분 ARIA는 무증상이지만, 적절한 시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며 “정기적인 영상 검사와 더불어 환자가 평소와 다른 두통이나 시야 장애를 느낄 때 즉시 의료진에게 알리는 긴밀한 소통 체계가 치료의 질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삶의 윤택함을 위한 과학적 동행=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했다는 것은 환자와 가족에게 더 많은 희망이 주어졌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더욱 엄격한 의학적 절차가 필요함을 뜻한다. 이지연 교수는 “레카네맙 권고안의 핵심 결론은 ‘정확한 진단’과 ‘철저한 안전관리’가 동반될 때 비로소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DMT의 가치가 실현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치료가 기억력을 유지하는 수치상의 결과를 넘어 환자와 가족이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며 “증상이 경미할 때 용기를 내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질병과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는 첫걸음”이라고 당부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이지연 창원한마음병원 신경과 교수(신경과 전문의)
※본 글은 레카네맙 적정 사용 권고안(AUR)의 학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치료 적용 여부는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의 대면 진료 및 정밀 검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되어야 함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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