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고주파 소작술

작성일 : 2026-05-18 조회 : 523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결절이나 초기 암 소견을 듣게 되면 환자들은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과 더불어 수술과 그에 따른 후유증을 떠올린다. 목 부위의 선명한 절개 흉터, 전신마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수술 후 평생 갑상선 호르몬 약을 복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제는 목이 불룩하게 튀어나올 정도의 거대 양성 결절이나 초기 미세 갑상선암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수술대 위에 오를 필요가 없어졌다. ‘고주파 소작술(Radiofrequency Ablation, RFA)’이라는 최소 침습적 치료법이 갑상선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고주파 소작술은 실시간 초음파 영상을 확인하며 얇은 특수 바늘 형태의 전극을 결절 내부에 정밀하게 삽입한 뒤, 고주파 교류 전류를 흘려 발생하는 분자들 간의 마찰열로 종양 세포를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방식이다.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만으로 진행되며 시술 시간이 짧아 입원 없이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은 환자들에게 큰 이점이다. 특히 절개선이 없어 목에 흉터가 남지 않으며, 신체적 손상이 적어 일상생활로의 즉각적인 복귀가 가능하다. 


과거에는 2㎝ 이상의 큰 양성 결절로 인해 압박감, 연하 곤란, 통증 등의 증상이 있거나 미용상 문제가 될 때 주로 수술적 절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거대 결절 역시 고주파 소작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시술을 받은 비기능성 양성 결절은 장기 추적 관찰 시 평균 80% 이상의 뚜렷한 부피 감소율을 보였고, 환자들이 호소하던 압박 증상과 미용적 불편함 역시 해결됐다. 무엇보다 정상적인 갑상선 조직을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치료법의 핵심 가치다. 


이런 임상적 성과는 최근 ‘1차 원발성 갑상선암’ 치료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적용 대상은 갑상선암 중에서도 피막 침범이나 주변 조직 침범이 없고 림프절 및 원격 전이가 없는 1㎝ 이하의 저위험 미세유두암(cT1aN0M0)이다. 크기가 매우 작은 초기 암의 경우 당장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보는 ‘능동적 감시(Active Surveillance)’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암을 몸에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환자의 심리적 불안감은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이에 2025년 개정된 미국갑상선학회(ATA) 가이드라인에서는 조건에 부합하는 일부 저위험 미세갑상선암 환자에게 능동적 감시나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안으로 고주파 소작술을 권고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5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한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소 종양 진행률은 4.3%에 불과했으며 림프절 전이 역시 0.5% 미만으로 나타나 수술과 비견할 만한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국내 의학계에서도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 주도로 2026년 출판을 목표로 한 ‘저위험 갑상선암의 고주파치료 진료권고안’ 제정 작업이 한창이다. 이는 고주파 소작술이 실험적 단계를 넘어 제도권 내의 신뢰받는 표준 치료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함을 의미한다. 


비록 현재 갑상선암에 대한 고주파 소작술이 건강보험의 전면적인 혜택을 받지 못해 비용 부담이 존재하지만, 한국형 가이드라인이 정립되고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학술적 합의가 도출된다면 향후 제도권 안착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갑상선에 혹이 발견됐다거나 초기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절개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결절 상태와 병기가 고주파 소작술에 적합한지 전문의와 상담해 안전하게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이준호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