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앞에 작은 점들이 떠다니더니, 번쩍이는 빛이 보이고, 어느 순간 시야 한쪽이 마치 커튼이 쳐지듯이 가려진다면,
이런 증상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눈 질환 중 하나인 ‘망막박리’일 수 있다.
망막은 카메라로 치면 필름에 해당하는 부위인데, 필름이 제자리를 벗어나면 아무리 좋은 렌즈가 있어도 사진이 찍히지 않는 것처럼 눈도 더 이상 정확한 상을 만들 수 없다. 망막박리는 바로 그 필름이 떨어져 나가는 상황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시력은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유리체가 조금씩 액체로 변하며 뭉쳐지고, 망막으로부터 분리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유리체와 망막 사이의 유착이 심한 부위가 잡아당겨지다가 작은 구멍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렇게 생긴 망막의 틈을 ‘망막열공’이라고 한다. 이 틈으로 액체가 스며들어 망막과 망막색소상피층 사이를 떨어지게 만들면 망막박리가 시작된다. 망막박리가 진행되면 시야 주변부에서 시작해 시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반 부위까지 박리가 진행될 수 있고, 시력 저하와 시력 상실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고도 근시가 있는 사람, 50세 이후, 외상 경험이 있거나 눈 수술을 받은 사람, 주변부 망막변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관찰될 수 있으며 이러한 망막 열공성 망막박리는 매년 약 10만명당 10명꼴로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망막박리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고 주로 한쪽 눈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또한, 망막박리의 진행이 느리거나 망막열공이 눈의 아래쪽 부위에 발생하게 되면 개인이 초기에 망막박리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시야가 한순간에 가려지고 망막박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비문증이 이전과 달리 늘어나는 것, 평소 없던 번쩍임이 지속되는 것, 뭔가 시야에 살짝 그림자가 쳐지는 듯한 느낌 등 눈이 보내고 있는 경고를 알아차릴 수 있다.
진단 과정은 안과에서 동공을 넓히는 산동제를 점안하고, 눈의 안쪽을 검사하는 안저검사를 통해 망막의 상태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초음파나 안저촬영과 빛간섭단층촬영(OCT)을 통해 망막박리를 진단하고 박리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한다. 치료 목적은 떨어진 망막을 다시 붙여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미세 기구를 이용해 눈 속의 유리체와 유리체망막견인력을 제거하고, 망막 아래에 차 있는 액체를 제거하고, 레이저치료와 특수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이용해 박리된 망막을 다시 편평하게 유착되도록 복원하는 유리체절제수술이 가장 흔히 사용되며, 눈 바깥쪽에서 실리콘 밴드를 대어 유리체와 망막 사이의 견인력을 완화하는 공막돌륭술을 하기도 한다. 망막에 작은 구멍만 있을 때나 망막박리의 범위가 작을 때는 레이저치료로 망막박리의 경계부를 단단하게 고정해 진행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망막박리를 방치하게 되면 시력 저하를 넘어 실명까지 될 수 있지만, 조기 발견만 된다면 시력을 지킬 기회는 충분히 있다.
한용섭 (창원한마음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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