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온몸에 비 오듯 땀을 흘리는 사람을 보면 대개 걱정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진짜 치명적인 위기는 역설적이게도 땀이 ‘멈추었을 때’다. 인체는 고온 다습한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는 한계치를 넘어서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온열질환은 더위를 타는 수준 이상의 신체 내부의 장기를 소리 없이 파괴하는 무서운 시한폭탄과 같다.
흔히 일사병이라 부르는 ‘열탈진’ 단계에서는 몸속 수분을 쥐어 짜내느라 과도하게 땀을 흘리고 극심한 피로를 느낀다. 이때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인지하고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대개 회복된다. 그러나 신체의 마지노선이 무너져 체온 조절 중추가 마비되는 ‘열사병’으로 진행되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더 이상 땀을 배출하지 못해 피부는 바짝 마르고 뜨거워지며, 중심 체온이 40도를 돌파하게 된다. 이는 마치 우리 몸의 내부 장기와 뇌가 뜨거운 가마솥 안에서 그대로 익어가는 것과 다름없는 초응급 상태다.
열사병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그 전조증상이 교묘하게 찾아온다는 점이다. 특히 통증 표현이 모호한 어르신들의 경우, 신체 온도가 치솟으면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횡설수설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고, 유난히 잠만 자려는 기면 상태에 빠지기 쉽다. 흔히 가족들은 이를 노환이나 노인성 무기력증으로 오인해 방치하곤 하지만, 이는 이미 중추신경계가 타격을 입어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멈추었다는 절대적인 경고 신호다. 환자가 의식을 흐리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그 순간이 바로 주저 없이 119를 누르고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응급실로 이송되기 전, 현장에서의 대처 역시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변수다. 고열과 의식 저하를 보이는 환자를 발견했다면 즉시 그늘로 옮기고 의복을 느슨하게 풀어주어야 한다. 얼음주머니나 찬 수건을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굵은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에 대어 주어 중심 체온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서 흔히 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정신을 잃어가는 환자에게 물이나 이온 음료를 억지로 먹이는 행위다.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액체가 유입되면 기도를 막아 질식하거나 폐로 넘어가 흡인성 폐렴을 유발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열사병은 땡볕 아래 야외작업장뿐만 아니라, 에어컨이 없는 밀폐된 실내나 시골의 비닐하우스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소리 없이 발생한다. 특히 체온 조절 능력이 취약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는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기 전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므로 주변의 세심한 관찰이 필수적이다. 땀이 나지 않으면서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거나 의식 변화가 감지되었을 때는 망설임 없이 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아야만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또 갈증을 느낀 시점은 이미 체내 탈수가 시작된 이후이므로, 야외 활동 시에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이나 이온 음료를 상시 휴대하며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더불어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높은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밭일이나 야외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서늘한 실내에 머무는 것이 열사병을 막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조성필 (창원한마음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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