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췌장·담도암… 지역서도 진단·수술 ‘완결형 의료’

작성일 : 2026-09-03 조회 : 403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병원 의료진 협진 

“정확한 진단·치료 시기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 

지역 환자 고난도 수술 등 진료 체계 지속 강화”

/오픈AI/


췌장과 담도는 우리 몸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과 담도암이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 질환으로 꼽히는 이유다.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데다 치료 역시 까다로워 중증 진단을 받은 비수도권 환자들은 수도권 대형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에서도 췌장·담도 질환의 정밀 진단과 수술, 간이식까지 연계하는 의료 체계가 갖춰지면서 이른바 ‘원정 진료’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병원은 소화기내과와 간담췌외과, 장기이식 분야 의료진이 협진하며 췌장·담도 질환의 진단부터 내시경 치료, 외과 수술, 간이식까지 진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지역 의료기관이다. 


병원 측이 제시한 2024년 건강보험통계연보 및 자체 산출 자료에 따르면 경남에서 산정특례 등록을 한 신규 췌장암 환자는 655명이다. 이 가운데 209명이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담낭·담도암은 경남 전체 650명 가운데 152명이 해당 병원을 찾았다. 


특정 의료기관이 지역 중증환자의 상당수를 진료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의료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치다. 다만 환자 수나 시술 건수만으로 의료 수준이나 치료 성적을 단정할 수는 없다. 


진료 규모도 커지고 있다. 병원 측에 따르면 2025년 췌장·담도 내시경 시술인 ERCP는 1800례를 넘어섰다. ERCP는 내시경을 이용해 담관과 췌관을 확인하고 결석 제거나 스텐트 삽입 등을 시행하는 시술이다. 2023년 장기이식센터 개소 이후에는 간이식을 시행해 올해 8월 100례를 기록했다. 


진료 체계의 핵심은 각 분야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데 있다. 췌장·담도 질환은 영상검사와 내시경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고, 수술 여부 역시 병변의 위치와 진행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 등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 진단을 담당하는 내과와 수술을 맡는 외과, 필요할 경우 장기이식팀까지 연계되는 협진이 중요한 이유다.


김명환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병원장


창원한마음병원에서는 김명환 간담도췌장병원장과 황준성 간담도췌장센터장이 췌장·담도 질환의 내시경 진단과 치료를 맡고 있으며, 외과 조휘동·윤종희 교수가 수술을 담당한다. 간이식은 주종우 장기이식병원장을 중심으로 이태범, 오종욱 교수가 정교한 뒷받침으로 완성도를 높인다. 


실제 진료 과정에서 이 같은 협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던 A씨는 1년 동안 반복되는 복통과 췌장염으로 여러 병원을 찾았고 췌장 스텐트 시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러나 증상은 계속됐고 원인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A씨가 창원한마음병원을 찾은 뒤 김명환 병원장은 기존 영상자료를 다시 검토하는 과정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췌관 입구의 미세한 협착에 주목했다. ERCP 과정에서도 해당 부위가 단순 염증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기존 병원에서는 암 전 단계인 선종으로 판단했지만, 반복되는 췌장염 양상과 검사 소견을 종합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환자와 상담을 거쳐 외과적 절제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뒤 병리검사에서는 초기 췌장암인 1기로 확인됐다. 


이 사례는 특정 의료기관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것에 앞서 췌장질환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여러 병원을 거친 환자의 경우 기존 검사자료를 다시 살펴보고 다른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이 치료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간이식 역시 지역 중증의료의 범위를 넓히는 분야다. 간이식은 수술뿐 아니라 이식 전후의 감염 관리와 면역억제제 조절 등 장기간의 관리가 필요해 여러 진료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창원한마음병원 장기이식팀은 뇌사자와 생체 간이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병원 측에 따르면 주종우 장기이식병원장의 개인 누적 간이식 집도 건수는 540례다. 생체 간이식에서는 공여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강경 수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혈액형이 맞지 않는 경우의 간이식도 시행하고 있다. 


지역에서 고난도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환자의 이동거리만 줄이는 문제가 아니다. 진단 이후 수술이나 이식까지 걸리는 시간, 보호자의 간병 부담, 치료 후 추적관찰 등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함께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의료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중증환자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지역 의료기관이 충분한 진료 경험을 축적하기 어려운 악순환이었다. 지역에서 중증환자를 진료하고 고난도 수술과 이식 경험을 쌓는 것은 이런 구조를 바꾸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지역 중증의료의 성과가 지속적인 신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치료 결과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환자 수나 수술 건수뿐 아니라 장기 생존율과 합병증 발생률, 재입원율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의료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 


김명환 간담도췌장병원장은 “췌장·담도 질환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역 환자들이 거주지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 체계를 계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향하는 환자의 발길을 단번에 돌리기는 어렵다. 의료기관의 규모와 시설뿐 아니라 축적된 진료 경험과 치료 결과에 대한 신뢰가 함께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췌장·담도암 진료부터 간이식에 이르기까지 지역 의료기관의 진료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분명한 변화다. 중요한 것은 ‘서울보다 낫다’는 경쟁이 아니라 환자가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을 수 있는 지역 의료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창원한마음병원의 사례 역시 이러한 기준에서 꾸준히 검증될 때 지역 중증의료의 의미 있는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김명환 창원한마음병원 간담도췌장병원장 

김종민 기자 jmk@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