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착상 실패와 유산의 원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배아의 염색체 이상’일 수 있다. 배아 등급과 자궁내막 두께가 양호했는데도 임신에 실패했다면 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기대 속에 배아 이식을 기다리다 이러한 소식을 접하는 난임 부부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제로 임신 초기 유산 원인의 50% 이상은 배아의 염색체 이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아의 외형이나 등급이 우수하더라도 내부 염색체에 수적·구조적 이상이 있으면 착상이 되지 않거나 초기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는 체외수정으로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에 유전자나 염색체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여, 이식할 배아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검사다. 목적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염색체의 수적 이상을 확인하는 이수성 검사(PGT-A)다. 만 35세 이상 고령 여성, 난소 기능 저하, 반복 착상 실패나 원인 불명의 반복 유산을 경험한 부부에게 선별적으로 고려된다. 둘째, 부모 중 한 명이 염색체 전좌나 역위 등 구조적 이상을 가진 경우 배아의 정상 여부를 확인하는 구조적 이상 검사(PGT-SR)다. 셋째, 부모의 특정 유전질환이 자녀에게 전달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단일 유전자 질환 검사(PGT-M)로, 관련 법령에 따라 지정된 질환을 대상으로 엄격히 시행된다.
배아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과정이 배아나 태아에 해를 끼치지 않을지 걱정하는 환자가 많다. 최근에는 배아가 충분히 발달한 포배기(5~6일 배아) 단계에서, 태아가 되는 내세포괴가 아닌 태반으로 발달하는 영양외엽 세포를 소량 채취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배아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도 검사를 거쳐 태어난 아이의 건강 상태나 기형 발생률이 일반 시험관 시술 및 자연 임신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되어 있다.
다만, 검사에서 정상 세포와 이상 세포가 섞여 있는 ‘모자이크 배아’는 판정이 어려울 수 있다. 연령, 난소 기능, 이전 시술 경과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달라지고, 검사 후 임신과 출산 여부는 배아 외의 여러 요인에도 좌우된다. 검사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 임신에 성공했더라도 태아의 건강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산전 정밀 진단을 함께 받을 것을 권한다. 반복 유산이나 착상 실패에는 배아의 염색체 이상 외에도 부부의 염색체 이상, 자궁 구조, 호르몬·면역 요인 등이 관여할 수 있기에, 이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검사 대상 배아가 적거나 검사 결과 이식 가능한 배아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 두면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난임 치료의 핵심은 개개인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데 있다. 반복되는 실패와 유산으로 심신이 지쳐 있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착상 전 유전자 검사가 적합한지 확인해 보길 권한다.
김무희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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