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사랑니, 꼭 뽑아야 하나요?

작성일 : 2022-11-14 조회 : 2,190

 


사랑니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명칭이며, 정확한 이름은 ‘제3대구치’이다. 이름 그대로 세 번째로 큰 어금니이다. 제3대구치는 치열의 가장 마지막, 구강 내에서 가장 안쪽에 위치한 치아다. 만 6세부터 시작해 평생 써야 하는 제1대구치, 제2대구치와 달리 ‘사랑니(wisdom tooth)’라는 이름은 사랑을 알게 되는 나이에 나온다고 하여 붙여진 것인데, 보통은 18세에서 20세에 나고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


원시 수렵생활에서 선사 농경사회로 진입하는 등 인류의 식문화가 변화하면서 턱의 크기도 점점 작아져 총 32개의 치아가 온전하게 들어앉기에는 공간이 부족한 형태가 되었다. 결국 다른 치아들이 다 올라오고 나서 맨 마지막에 나는 사랑니는 정상적인 치열에서 벗어나거나 공간이 전혀 없는 경우 턱뼈에 묻혀 있게 된다.


이렇게 정상적인 위치로 올라오지 못한 사랑니는 구조적으로 음식물이 자주 낀다. 신경 쓴다고 해도 칫솔질로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잇몸에 쉽게 염증이 생기고 사랑니 앞 치아에 충치가 자주 생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염증은 사랑니와 주변 치아까지 영향을 주어 심한 치주염과 구취를 유발한다. 깊게 매복된 사랑니는 드물게 함치성 낭종, 법랑아 세포종처럼 턱뼈 안에 물혹이나 양성종양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환자분들이 “꼭 뽑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바르게 나 있어서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분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대로 두어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주기적으로 경과 관찰하거나 예방적으로 발치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사랑니를 뽑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다.


사랑니를 발치할 때는 방사선 사진으로 사랑니의 상태를 확인하고 주변 조직을 소독 및 세척하고 항생제를 처방한다. 발치의 난이도는 매복된 정도에 따라 단순 매복, 부분 매복, 완전 매복으로 구분한다. 매복의 정도가 심할수록 아래턱을 지나가는 신경과 밀접할 가능성도 크고 뼈 삭제량도 많아 수술의 난도가 높아진다.


간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매복된 사랑니는 잇몸을 절개하고 치아와 주변의 턱뼈를 일부 삭제해야 하며, 사랑니 자체도 조각내서 제거하는 구강악안면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아래턱의 사랑니는 아래턱뼈 신경, 위턱의 사랑니는 상악동이라는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물과 인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CT 촬영을 시행하여 위치를 파악하여 합병증을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매복 정도가 심한 사랑니 발치는 치과 영역에서 난도가 높은 수술에 속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이나 사랑니 전문 치과에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에게 수술을 받아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본원에서는 사랑니 발치 등 고난도 수술이 필요하고,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가 클 경우 전신마취를 통한 치료도 가능하다.


사랑니를 발치했다면 발치 당일 의사가 설명하는 주의사항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 최소 2주 이상 금주와 금연을 하고 격렬한 운동이나 사우나는 피하도록 한다. 보통 1~2주 사이 봉합사를 제거하지만 발치한 곳이 뼈로 차오르면서 완벽하게 회복되는 데 2~3개월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김솔아 (창원한마음병원 구강악안면성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