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세 아동이 3cm 이상 커진 ‘표피낭종’으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수술 직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극적으로 회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만족한 사례였다.
동그란 형태를 띠는 표피낭종은 쉽게 말해 피부 아래 주머니 형태의 막 안에 지방과 각질, 각종 부산물들이 모인 일종의 혹이다. 즉 피지선에 종양이 생긴 상태로, 피지낭종으로도 불려 왔다. 중심부에는 면포와 같은 구멍이 있고, 짜면 악취가 나면서 노란색을 띠는 케라틴이라는 물질이 배출된다. 여드름처럼 손수 짜내면 사라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시금 차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표피낭종은 피부 아래 모든 부위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등이나 가슴, 그 외 얼굴, 귀 주변, 목, 팔, 두피에도 발생한다. 살짝 튀어나와 있어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
초기에는 크기가 작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형태가 커진다. 단발성 혹은 다발성의 형태를 띠며, 지름은 약 1cm 미만부터 5cm까지 다양하다. 이보다 거대한 형태도 종종 발생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유착과 염증 발생률이 높아지고 불쾌한 통증을 유발하며 치료가 오래 걸릴 수 있다.
◇원인이 되는 ‘주머니’ 완전 제거=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낭종 및 주위 염증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고 제거된 피부와 피하조직을 재건하는 것이다. 즉 원인 ‘주머니’ 자체를 없애고, 주변으로 퍼진 염증을 완전히 없앤 후 그 자리를 깨끗이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구체적으로는 발생 부위와 상태, 크기, 깊이에 따라 수술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창원한마음병원 피부성형센터 성형외과에서는 우선 정확한 원인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며, 검사를 통해 표피낭종으로 진단하면 다음으로 정확한 크기와 특성, 염증 유무를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어느 위치에 접근하여 어느 정도 제거할지 결정하고, 수술을 시행한다.
만약 표피낭종에 염증이 이미 유발된 상태라면 약을 통해 염증을 줄인 후 제거한다. 이미 강한 압박으로 인해 낭종 주머니가 터진 경우, 피하지방층까지 염증이 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할 경우 그 아래 근육층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절개 범위를 더 넓게 잡기도 한다. 이후 환자의 피부 특성을 고려하여 재건한다. 수술로 표피낭종을 제거했다면, 이후 1~2주의 충분한 회복 기간을 가져야 하며, 재발을 막는 데 힘쓰는 것이 좋다.
표피낭종은 제거 수술에 관한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이 문제를 진단하고, 증상에 맞게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부정확한 수술은 잦은 재발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회복도 오래 걸리게 만든다. 치료 후 재발해 4~5번 제거하는 경우도 흔하다.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표피낭종은 암처럼 위험하지는 않지만, 암처럼 급하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창원한마음병원 피부성형센터 성형외과 장석주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부분 마취를 통해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는데,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기 때문에 부담은 갖지 않아도 된다. 다만, 수술 부위가 클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과 장비를 갖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표피낭종은 스스로 제거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손에 있던 세균으로 인해 화농성 병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한다.
◇표피낭종 주의사항= 표피낭종을 여드름으로 오인해 손으로 억지로 짜다가 낭종의 벽이 터지면 연화된 각질과 지방질이 솟아 나오면서 염증이 퍼지고 세균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한다. 표피낭종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매우 드물게 편평 세포암 등 다른 질환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오래 방치하면 염증으로 인해 불쾌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몸의 변화를 잘 살피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질환이든 조기에 치료하여 악화나 재발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 표피낭종이 만들어지는 과정
① 모낭의 막힘, 상처, 외상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② 표피세포가 진피층이나 피하지방층으로 이동하면서 낭종의 벽을 형성한다.
③ 낭종, 즉 주머니 안에 지방과 각질, 각종 부산물들이 쌓인다.
④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이 되므로 점점 크기가 커질 수 있다.
⑤ 잘못 터지면 악취를 풍기는 물질이 나온다.
⑥ 시간이 흐를수록 유착과 염증 발생률이 높아진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창원한마음병원 피부성형센터 성형외과 장석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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