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수도권 병원에서 췌장·담도 환자를 진료하던 60대 명의가 퇴직 후 경남 창원에서 1년 6개월째 동남권 환자를 돌보고 있다.
과도한 수도권 원정 진료 등으로 지역 의료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니어 의사’가 지역에 내려와 의료 불균형을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창원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김명환(66) 교수는 “창원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 등 남부지역 환자들이 서울에 가지 않아도 돼 매우 좋아한다”면서
“여유를 갖고 진료에 집중하다보니, 이제서야 진짜 의술을 베푼다는 자존감이 충만하다”고 말한다.
그는 1989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소화기내과 과장, 췌장담도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 동안 수도권 병원에서만 근무했다.
2022년 2월 퇴직과 함께 그해 8월부터 경남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 수도권에서 생활한 그의 창원 이주와 진료는 의료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수도권 원정 진료가 줄었고, 역으로 전국 각지에서 창원으로 원정 진료를 오는 역전현상마저 일어났다.
그는 국내 췌장·담도 질환 진단과 치료에 관한 학문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다.
소화기내과 의사로서는 지난 30년 동안 유일하게 ‘분쉬의학상’을 수상했다.
분쉬의학상은 심사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대한의학회는 국내 전체 임상의사 가운데 매년 1명만 선정해 이 상을 수여한다.
특히 그는 국내 췌장 임상 연구를 국제적 수준으로 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올해로 그의 창원 근무는 1년 6개월째다. 김 교수는 “서울에 근무할 당시 하루 70명 진료하면 부산 등 지역에서 내원한 환자가 80%에 달했다”면서
“환자들과 정서적으로 가깝게 밀착해 진료한 경우는 이때까지 없었다”고 말한다.
그가 퇴직과 함께 창원 이주를 결심한 것은 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 이사장의 나눔과 봉사 철학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이 맹목적으로 서울로 몰리는 잘못된 의료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고자 하는 그의 의지도 담겼다.
그의 창원 선택은 수도권에서 명성을 날리던 임상의사가 정년을 마친 후, 남은 여생을 지역 의료격차 해소에 나서는 ‘시니어 의사’의 모델이다.
그는 “수도권 근무 시절 멀리서 왔어도 한정된 진료시간 때문에 당사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해 미안한 적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그 시절 마음의 빚을 갚고 있다”고 말한다. 또 “충분한 시간을 환자에게 할애하고 공감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개인적으로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의술이 원숙해진 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2023년 창원한마음병원에서 췌장·담도 내시경(ERCP) 시술 1400례를 달성했다.
이 실적은 부산·울산·경남 전체 병원(대학병원 포함) 가운데 ‘탑 3’에 해당한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또한 췌장·담도암 외과 수술 건수도 김 교수가 창원에 내려오기 1년 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 교수는 “서울과 지역 간 임상 수준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창원한마음병원을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담도·췌장 치료기관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수도권 원정 진료를 대폭 줄이고, 지역 주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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